성남 분당구, 도로확장 하려 30년된 메타세쿼이아 70여그루 '싹둑'

 

18일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구는 정자동에 지하 4층·지상 21층 규모 호텔을 짓는 시행사로부터 올해 1월 호텔 앞 도로 1개 차로 확장을 위한 가로수 제거 요청을 받고 지난 2월 이를 승인했다.

 

이후 업체 측은 지난달 26∼27일 호텔 앞 왕복 6차로 500여ｍ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중 200여ｍ 구간에 있는 수령 30년 이상의 메타세쿼이아 70여 그루를 베어냈다.

 

 

 

분당구의 벌목 결정은 '가슴높이 줄기지름 25㎝ 이상(뿌리지름 30㎝ 이상)의 대경목, 병해충 피해목 등 옮겨심은 후 활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수목은 제거해도 된다'는 내용으로 작년 5월 개정된 성남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규정을 근거로 삼았다.

 

분당구 측은 호텔 앞에 1개 차로가 더 필요하다는 교통영향평가 심의 결정이 나왔고,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모두 대경목이어서 옮겨 심더라도 안착할지 불확실하고 전도 위험도 커 조례에 근거해 가로수 제거를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대신 시행업체로부터 일종의 보상금인 부담금을 한 그루당 400여만원(70여그루 총 2억8천여만원) 받았고, 이 비용으로 새로 조성될 인도 구간에 기존보다는 작지만 다른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2018년 6월 성남시 경관변경심의위원회에서 '보행자를 위한 가로공간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자 업체 측은 당시 '차량 진·출입으로 구간만 가로수를 제거하고, 나머지는 옮겨 심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로수 벌목 소식을 전하며 "분당에서 나름 명소였던 가로수길이었는데 속상하다", "좋아하던 길인데 말문이 막히네요", "편의성과 경제성 때문에 그 나무들이 다 잘리다니 씁쓸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성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효율성을 우선하는 잘못된 행정이 이번 가로수 벌목 사태를 불렀다"며 "잘못된 조례 내용을 확인해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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