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년의 사랑에 불륜 멜로가 끼얹어진 드라마들을 보면 이정재의 소신 발언을 공감하게 된다.
지난 1월 12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정재는 이정재 표 멜로를 본 지 오래된 것 같다는 말에 "서글픈 현실. 젊었을 때 멜로는 굉장히 아름답고 상큼하고 가슴 아린 시나리오였다. (반면) 이 나이의 멜로는 불륜에,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누군가를 해하고 지저분하다"고 토로했다. 이정재는 "꼭 이 나이의 멜로가 그렇게만 전개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이정재를 소신 발언하게 만든 환경의 근거는 최근의 드라마 시장에서 곧바로 확인된다.
종영한 드라마 SBS '펜트하우스'의 엄기준(주단태 역), 김소연(천서진 역), JTBC '너를 닮은 사람'의 고현정(정희주 역), JTBC '공작도시'의 김강우(정준혁 역), 채널A '쇼윈도:여왕의 집'의 이성재(신명섭 역)은 물론 방영 중인 JTBC '서른, 아홉'의 전미도(정찬영 역), 시즌 3 방영을 앞둔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전노민(박해륜 역), 이민영(송원 역), 이태곤(신유신 역)까지 다수의 4050 배우들이 불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들은 이정재의 말대로 드라마 내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누군가를 해하고 지저분하게 군다.
중년의 사랑은 어째서 치정이 될 수 밖에 없는가. 문제는 흥행 공식이다. 방송계는 과거의 화제작 JTBC '아내의 자격', JTBC '부부의 세계' 등이 정립한 '불륜=흥행'의 공식에 갇혀 중년의 사랑을 새롭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펜트하우스', '쇼윈도:여왕의 집',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을 향한 폭발적인 반응, 두 자릿수 시청률을 보면 왜 방송계가 여전히 불륜극, 치정극을 사랑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또 그만큼 시청자가 볼 수 있는 멜로 장르의 세계는 불륜물로만 한정되곤 한다. 이는 이정재와 같이 매력적인 배우들이 멜로가 아닌 장르물로만 손 뻗게 만들 뿐 아니라, 몇몇 시청자들의 피로도까지 높이는 원인이 된다.
중년, 더 나아가 노년의 멜로를 원하는 배우는 이정재 말고도 많다. 앞서 라미란, 손현주, 김응수, 고두심, 윤미라 등이 여전히 멜로 연기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토록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도전에 나설 준비된 배우가 많은 상황, 이제는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뻔해진 '중년 불륜 멜로'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조금은 색다른 4050의 멜로 드라마가 나올 때이지 않을까. 보다 도전적인 멜로물의 등장을 기다려 본다.